버섯으로 짓는 마이코텍처와 부동산 with NASA
NASA가 키운 집, 버섯으로 짓는 마이코텍처와 부동산의 미래
달과 화성에 집을 지으려던 NASA의 버섯 연구가 지구의 건축 자재로 상용화됐습니다. 부동산 중개사 시선으로 이 기술을 풀어봅니다.
사진 출처: NASA/spinoff.nasa.gov (Credit: Mycohab Ltd.)
1. 우주에서 시작된 버섯 건축 기술
NASA가 달 기지를 짓기 위해 연구한 버섯 균사체가 새로운 건축 자재로 변신했습니다.
중개 일을 하다 보면 신축 현장이나 자재 박람회를 종종 둘러보게 되는데, 최근 자료를 조사하다가 꽤 흥미로운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NASA 에임스 연구센터가 건축 스튜디오 레드하우스(redhouse), 그리고 여러 대학과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인데요, 시작은 순전히 우주 탐사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달이나 화성에 사람이 살 집을 지으려면 지구에서 자재를 실어 나를 수 없으니,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재료로 집을 ‘키워내는’ 방법이 필요했던 겁니다. 그래서 주목한 것이 버섯의 뿌리에 해당하는 균사체(mycelium)였습니다. 균사체는 유기물 찌꺼기를 먹고 자라면서 단단하게 서로 얽히는데, 이 성질을 이용하면 벽돌이나 구조체를 만들 수 있다는 걸 NASA 연구진이 확인한 겁니다. NASA 혁신 첨단 개념(NIAC)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 연구는 처음엔 그저 우주 정착지를 위한 아이디어에 불과했지만, 지구에서 먼저 검증돼야 한다는 원칙 아래 실험이 이어졌습니다.
사진 출처: NASA/spinoff.nasa.gov (Credit: Mycohab Ltd.)
2. 어떻게 실제 주택이 됐을까
연구 성과는 나미비아 비영리 단체 마이코합을 통해 실제 벽돌과 주택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연구를 실제 사업으로 이끌어낸 곳이 나미비아의 마이코합(Mycohab)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단순히 건축 자재만 파는 게 아니라, 식용 버섯 판매로 먼저 수익을 낸다는 구조예요. 나미비아에서는 목축업 확산으로 아카시아 멜리페라라는 관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물 자원을 갉아먹고 있었는데, 이 나무를 잘게 갈아 버섯 재배용 배지로 활용한 겁니다. 버섯을 수확하고 남은 균사체 덩어리를 압축하고 건조해서 ‘마이코블록’이라는 벽돌로 만드는 거죠. 이 벽돌로 집 한 채를 짓는 비용이 약 8천 달러 수준이라고 하니, 재난 지역이나 난민촌의 긴급 주거용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실제로 2024년에는 이 마이코블록으로 지은 시범 주택이 완공되기도 했습니다. 벽은 균사체 벽돌에 진흙 미장을 하고, 지붕은 콘크리트와 태양광 패널을 얹은 형태였는데요, 단열재이자 방음재, 심지어 화재에도 강한 소재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합니다. 콘크리트가 1파운드 만들 때마다 1파운드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반면, 이 소재는 오히려 그만큼의 탄소를 가둔다는 설명도 인상 깊었습니다.
사진 출처: NASA/spinoff.nasa.gov (Credit: Mycohab Ltd.)
3. 부동산 중개사가 보는 이 기술의 미래
친환경 단열 자재는 관리비와 시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셀링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매물을 소개하다 보면 요즘 손님들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관리비입니다. 단열이 잘 되는 집인지, 냉난방비가 얼마나 나오는지를 꼭 확인하시더라고요. 균사체 소재처럼 단열과 방음, 방화 성능을 동시에 갖춘 친환경 자재가 국내 건축 시장에 들어온다면, 신축 아파트나 타운하우스의 새로운 셀링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특히 최근 제로에너지 건축 인증이나 친환경 건축물 인증(G-SEED)을 받은 단지가 프리미엄을 받는 흐름을 보면, ‘탄소를 가두는 벽돌’이라는 서사 자체가 상당한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화재에 강하고 접착제 없이도 유해가스를 내뿜지 않는다는 점은 안전성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향후 화재보험료나 안전 등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요, 이는 결국 시세 방어에도 도움이 되는 요소입니다. 리모델링 시장에서도 마감재나 흡음 패널 형태로 먼저 도입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물론 국내 건축 기준과 규제, 대량 생산 인프라가 갖춰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친환경·저탄소 자재에 대한 수요가 계속 커지는 만큼 이런 기술이 국내 주거 시장에 스며들 날도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소재가 상용화되면 관리비 절감분을 매물 설명서에 수치로 넣어드릴 수 있게 될 것 같아 벌써 기대가 됩니다.
4. 마치며
우주 기술이 결국 우리 집 벽 하나까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습니다.
돌이켜 보면 부동산 시장에서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한동안 마케팅 문구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비용이 계속 오르고, 화재나 침수 같은 재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제는 실질적인 자재 성능이 곧 자산 가치로 연결되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균사체 벽돌처럼 우주 임무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 지구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사례를 볼 때마다, 앞으로 10년, 20년 뒤 우리가 소개할 매물의 자재 목록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실험적인 단계고 국내 도입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이런 흐름을 미리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손님들에게 조금은 더 인사이트 있는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NASA 스핀오프 기술과 부동산을 엮은 이야기를 꾸준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