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수돗물을 바꿔주는 나노세람 정수 필터 by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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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세람 정수 필터, 우주기술이 바꾸는 우리 집 수돗물 이야기

국제우주정거장 우주인들의 생명줄이었던 나노세람 필터가 이제는 가정용 정수 시스템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매물을 소개하다 보면 수질 문의가 참 많은데, 이 우주기술이 앞으로 주거 트렌드를 어떻게 바꿀지 풀어보겠습니다.

나노세람 필터로 걸러진 색색의 액체가 담긴 시험관을 들고 있는 연구자

사진 출처: NASA/spinoff.nasa.gov

1. 우주비행사의 물, 지구로 내려오다

나노세람 필터는 우주정거장에서 물을 안전하게 재활용하기 위해 NASA가 지원해 개발된 기술입니다.

이야기는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플로리다의 나노소재 기업 아르고나이드(Argonide)는 지름이 단 2나노미터에 불과한 산화알루미늄 나노섬유, 이른바 나노세람(NanoCeram) 섬유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이 섬유는 전기적으로 양전하를 띠는데, 물속의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대부분 음전하를 띠기 때문에 필터를 통과하는 순간 자석처럼 달라붙어 제거되는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NASA 존슨우주센터는 이 기술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2000년 1단계, 2002년 2단계 SBIR(중소기업 혁신연구)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습니다.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우주정거장에서 승무원의 땀과 소변, 습기까지 회수해 다시 마실 수 있는 물로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 필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바이러스와 세균을 걸러낼 수 있는 정밀 필터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실험 결과 이 필터는 기존 여과막보다 200배 이상 빠른 유속으로 물을 통과시키면서도 바이러스와 세균을 99.9999퍼센트 이상 제거하는 성능을 보였습니다.

💡 핵심: 나노세람 필터는 촘촘한 그물망처럼 걸러내는 방식이 아니라, 전기적 인력으로 오염물질을 붙잡아내는 방식이라 유속이 빠르면서도 정화력이 뛰어납니다.

2. 우주기술이 우리 동네 수돗물 사업으로

이 필터 소재는 이후 여러 기업으로 라이선스가 확산되며 실제 제품으로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타주의 워터퓨어테크놀로지스(Water Pure Technologies)입니다. 창업자 톰 스모코프는 오랫동안 재난 구호와 개발도상국 식수 지원 활동을 해오면서, 저렴하면서도 빠르게 대량의 물을 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아르고나이드의 나노세람 필터를 알게 됐고, 이를 활용해 가정용 정수 라인업을 만들었습니다.

다단계 필터가 장착된 워터퓨어테크놀로지스의 정수 장치

사진 출처: NASA/spinoff.nasa.gov (Water Pure Technologies)

이 회사가 내놓은 제품군에는 눈여겨볼 만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주택 전체에 설치하는 ‘홀하우스(whole-house)’ 정수 시스템과 싱크대 밑에 설치하는 언더싱크 정수기입니다. 큰 이물질을 걸러내는 1차 스트레이너, 냄새와 화학물질을 잡아내는 코코넛 카본 필터, 그리고 바이러스까지 제거하는 나노세람 필터, 마지막으로 자외선 살균까지 총 3~4단계를 거치는 구조입니다. 이 시스템은 시간당 174갤런, 즉 660리터가 넘는 정수량을 처리할 수 있어 산불 진압 소방대나 재난 구호단체는 물론 일반 가정에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3. 부동산 중개사가 보는 이 기술의 미래

수질은 이제 평형이나 조망 못지않게 매물의 가치를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매물을 안내하다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확실히 달라진 질문 하나가 있습니다. “정수 시스템 있나요?”, “수돗물 그냥 마셔도 되나요?” 같은 질문입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족 고객이나 건강에 예민한 신혼부부일수록 이런 질문을 먼저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정수기 한 대 놓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이제는 세탁수와 샤워수까지 신경 쓰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나노세람 같은 나노섬유 필터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앞으로는 배관 초입에 설치하는 홀하우스 정수 시스템이 신축 아파트나 고급 빌라의 기본 사양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실제로 최근 준공되는 일부 고급 주거단지에서는 세대별 원수 정수 설비를 마감재 옵션으로 안내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설비가 있는 매물은 관리비 항목에는 정수기 렌탈료가 따로 없어도 되고, 입주 후 별도로 정수기를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실거주 만족도와 함께 매도 시 셀링포인트로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나노세람 필터로 정제된 액체가 담긴 비커를 들고 있는 연구자

사진 출처: NASA/spinoff.nasa.gov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은 노후 배관이나 상수도 인프라가 오래된 지역의 매물입니다. 이런 지역에서는 녹물이나 이물질 민원이 종종 발생하는데, 나노섬유 필터처럼 유속이 빠르면서도 정화력이 높은 기술이 보급되면 개별 세대 단위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해집니다. 리모델링을 고민하는 집주인이라면 주방과 욕실 배관 공사 시점에 언더싱크형 정수 설비를 함께 넣는 것도 투자 대비 만족도가 높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 인증처럼, 앞으로는 ‘수질 인증’이나 ‘정수 설비 유무’가 매물 설명서의 한 줄로 당당히 자리잡을 날이 머지않아 보입니다.

물론 아직은 이런 설비가 전체 주택 시장의 필수 사양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우주기술에서 출발한 필터 소재가 재난 구호 현장을 거쳐 이제 가정용 배관까지 들어오는 흐름을 보면, 몇 년 뒤 신축 단지 브로슈어에 “우주정거장 물 재활용 기술 적용”이라는 문구가 등장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기술이 관리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착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출처: Fast-Flow Nanofiber Filters Purify Water at Home and in the Field | NASA Spin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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