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증후군 막는 우주정거장 식물재배 기술 with NASA
우주정거장 식물재배 기술이 새집증후군을 잡는다, NASA발 광촉매 공기정화
우주정거장에서 식물을 키우려고 개발한 기술이 지금은 지상의 아파트 실내 공기를 바꾸고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사 입장에서 눈여겨볼 이유가 충분한 스핀오프입니다.
사진 출처: NASA/spinoff.nasa.gov
1. 매물 브리핑 중 문득 떠오른 궁금증
신축 아파트 입주 첫 주에는 왜 유독 두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을까요?
소속공인중개사로 일하다 보면 신축 매물을 안내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이 집, 냄새 좀 빠지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새 마루, 새 벽지, 새 붙박이장 냄새가 며칠씩 가시지 않는 경우가 흔하죠. 이른바 새집증후군인데, 원인은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휘발성유기화합물, 줄여서 VOC입니다. 그런데 최근 조사 과정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기술이 원래는 완전히 다른 목적, 그러니까 우주정거장에서 식물을 시들지 않게 키우기 위해 개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부동산 시선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2. 우주에서 콩이 시들지 않게 하려던 연구였습니다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는 공기가 자연스럽게 순환되지 않아 식물이 빨리 시듭니다.
이야기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식물재배 챔버, ‘어드밴스드 아스트로컬처’에서 시작됩니다. 지구에서는 중력 덕분에 대류가 일어나 공기가 저절로 섞이지만, 무중력 상태인 우주선 안에서는 이 대류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식물이 스스로 내뿜는 노화 호르몬인 에틸렌이 주변에 그대로 쌓이고, 콩 같은 작물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시들어버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NASA 마셜우주비행센터의 지원을 받은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 연구팀은 이 에틸렌을 없앨 방법을 고민하다가, 이산화티타늄에 자외선을 쬐면 주변 공기 중 산소와 수분이 반응성을 띠게 되고, 이 반응성 물질이 유기 오염물질을 산화시켜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해버린다는 원리를 활용했습니다. 이 기술이 바로 광촉매산화, 영어로는 포토캐털리틱 옥시데이션(PCO)입니다.
사진 출처: NASA/Fresh-Aire UV, spinoff.nasa.gov
3. 팬데믹을 거치며 가정용 환기 시스템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플로리다의 한 중소기업이 대학 실험실 장비를 통째로 사들이며 상용화가 시작됐습니다.
플로리다주 주피터의 공기정화 업체 프레시에어 UV는 원래 자외선으로 미생물을 직접 무력화하는 제품을 팔던 회사였습니다. 2010년 무렵 실내 VOC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던 중, 이 PCO 기술을 최초로 상용화 수준까지 끌어올린 위스콘신대 연구팀과 인연이 닿았고, 아예 그 실험실의 테스트 장비를 사들여 지금도 자사 연구소 한가운데 두고 있다고 합니다. 활성탄에 나노 크기의 이산화티타늄 코팅을 입혀 오염물질을 붙잡아두고, 그 자리에서 완전히 분해될 때까지 놓아주지 않는 방식이 이 회사 제품의 핵심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에는 주문이 밀려 공장을 새로 지을 정도로 수요가 늘었고, 이후 대형 HVAC 기업에 인수되며 생산 규모를 더 키웠습니다. 현재는 일반 필터가 걸러내지 못하는 미생물과 VOC까지 잡아낸다는 점에서 가정용 환기 시스템 시장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넓히고 있습니다.
4. 부동산 중개사가 보는 이 기술의 미래
앞으로 신축 매물의 셀링포인트는 평형과 조망을 넘어 공기질로 확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내 공기질은 이제 막연한 웰빙 마케팅 용어가 아니라 실제 거래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바뀌는 중입니다. 미국 환경보호청 자료에 따르면 실내 공기가 실외보다 최대 100배까지 오염돼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건물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고 점점 더 밀폐되는 추세라 이 문제는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 신축 아파트도 이미 새집증후군 저감을 위한 베이크아웃 절차나 친환경 자재 인증을 홍보하고 있는데, 여기에 PCO 같은 능동형 공기정화 기술이 HVAC 시스템에 통합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단순히 냄새가 빠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입주 첫날부터 공기 자체를 계속 정화해주는 것이니까요.
실무적으로 보면 몇 가지 지점에서 이 기술이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임대 매물 차별화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세입자를 대상으로 한 매물이라면, 능동형 공기정화 시스템 설치 여부가 다른 조건이 비슷한 매물 사이에서 결정적인 차별점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관리비와 에너지 효율입니다. 환기를 위해 무작정 창을 열어 냉난방 손실을 감수하는 대신, 필터형 정화 시스템으로 공기를 순환시키면 관리비 절감 효과도 함께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리모델링 아이디어입니다. 오래된 구축 아파트를 손볼 때 단열이나 확장 공사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환기구에 이런 정화 장치를 함께 설치하면 리모델링 후 매매가나 임대가를 높이는 부수적인 셀링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국내에서는 이런 기술이 보편화되지 않았고, 설치 비용이나 필터 관리 부담도 따져봐야 할 부분입니다. 그래도 우주정거장에서 콩을 시들지 않게 하려던 기술이 지구의 거실 공기까지 바꾸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신축 분양 홍보문구에 ‘공기질 관리 시스템’이라는 단어가 더 자주 등장할 것이라는 신호로 읽힙니다. 다음 매물 브리핑에서는 저도 이 이야기를 한번 꺼내볼 생각입니다.
사진 출처: NASA/spinoff.nasa.gov
출처: Air Treatment Systems Break Down Pollutants, Germs — NASA Spinoff